상담 예약을 하고 오신 분들이 자리에 앉아 처음 꺼내는 말은, 뜻밖에도 사건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이런 걸로 변호사를 찾아와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솔직히 저도 잘못한 게 있긴 해요."
문장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자리에서 나오는 말들입니다. 내 문제가 여기 앉아 있을 만큼 큰 문제인지, 내가 이 사람의 시간을 써도 되는 사람인지. 사건을 말하기 전에 그런 허락을 먼저 구하는 말들입니다.
변호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는 이 첫마디를 거의 흘려들었습니다.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라고 답하고는 곧장 물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있었던 일이죠?" "그때 주고받은 문자는 갖고 계세요?" 사실관계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좋은 상담이라고 믿었습니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은 따로 있으니까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 첫마디를 꺼내기까지 그분이 며칠을 지나왔는지를. 검색창에 같은 단어를 몇 번이나 쳐보고, 쓰다 지운 문자가 몇 통이고, 전화번호를 눌렀다가 끊은 것이 몇 번인지를. "죄송합니다"는 그 시간 끝에 겨우 밖으로 나온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사건으로 넘어가 버렸던 것입니다.
지금은 첫마디에 먼저 대답합니다. 죄송할 일이 아니라고, 이런 일로 오시는 게 맞다고, 순서는 상관없으니 지금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부터 말씀하시라고. 별것 아닌 대답 같지만,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어깨가 조금 내려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비로소 사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서둘러 물어서 얻어낸 이야기보다 훨씬 정확합니다. 사람은 안심한 뒤에야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까지 말할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저도 잘못한 게 있어요"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그 말은 자백이 아니라 부탁에 가깝습니다. 내 잘못을 먼저 말했으니, 그래도 내 편에 서 줄 수 있느냐는 물음입니다. 그 물음에 대한 제 대답은 늘 같습니다. 잘못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함께 따져볼 일이고, 지금 제가 할 일은 당신 편에서 이 상황을 정확히 보는 것이라고.
이 글을 읽으며 아직 전화를 걸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첫마디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그것도 훌륭한 첫마디입니다. 어디서부터 들어야 할지는 제가 압니다. 그러려고 앉아 있는 사람이니까요.
'저녁 불빛'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걱정은 대개 저녁에 커집니다. 낮에는 어떻게든 버티다가, 저녁이 되면 검색창을 열고 전화번호를 찾습니다. 그 시간에 켜져 있는 불빛 하나가 있으면, 사람은 조금 덜 외롭습니다. 당신의 첫마디가 무엇이든, 그 불빛 아래에서는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