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에게 그 전화는 우연이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받게 된 전화 한 통으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사건이 모두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지 한참 뒤 — 소송에서 진 상대방이 보낸 형사 고소장이 도착했습니다. "당시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가볍게 볼 혐의가 아닙니다.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벌금형 자체가 없어서, 기소되면 약식절차 없이 곧바로 정식재판에 서야 합니다. 소송에서 이기고도 형사 피의자가 되어버린 의뢰인에게 필요한 것은 억울함의 호소가 아니라, 고소장의 구조를 해체하는 정밀한 방어였습니다.
먼저 피의자신문에 직접 참여해 의뢰인이 흔들림 없이 사실대로 진술하도록 조력했고, 이어 변호인의견서에서 세 갈래로 논증했습니다.
첫째, 고소가 전제하는 '녹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녹음파일은 물론 그 존재를 뒷받침할 어떠한 객관적 자료도 없었고, 오히려 기록상 확인되는 사정들은 한결같이 녹음이 없었음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녹음하였다'는 규정 자체가 고소인 측에서 비로소 만들어낸 표현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둘째, 설령 이를 '청취'로 보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실시간으로 알게 된 충격 속의 사람에게 "즉시 전화를 끊었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관계가 유사한 사안에서 제1심과 항소심이 일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최신 재판례들을 첨부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셋째, 알게 된 내용을 자신의 민사소송 수행을 위해 법원에만 제출한 것은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 고소가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상대방이 그 결과에 대한 대응으로 제기한 보복적 성격의 고소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경찰은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고소장 접수부터 약 3개월, 의뢰인은 수사 단계에서 형사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이 사건이 남긴 것이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법이지만, 관계가 무너진 자리에서는 상대를 겨누는 칼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우연히 알게 된 진실로 소송에서 이긴 사람이, 바로 그 우연 때문에 피의자가 될 뻔했습니다. 이런 사건일수록 첫 조사가 시작되기 전의 준비 — 사실관계의 구조를 먼저 읽어내는 일이 결과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