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끝나고 한참 뒤, 문득 그분 생각이 납니다. 처음 사무실에 오셨을 때 얼굴이 떠오릅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여시고, 의자에 앉아 한참을 말문을 열지 못하시던 모습. "이런 일로 변호사를 찾는 게 처음이에요"라고 하시던, 어쩐지 미안해하시는 듯한 말투. 그 말 속에는 법률 문제 자체보다 더 무거운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이렇게 무너진 내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그래서 변호사님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는. 그런 외로움이었습니다.
사건을 마무리하고 인사를 나눌 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당신 곁에 있었습니다. 당신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제 사무실을 찾아오시기까지, 당신은 수없이 많은 선택의 순간을 지나왔을 겁니다. 새벽에 잠 못 이루며 전화번호를 찾아보고, 며칠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고, 상담 약속을 잡고, 그날 아침 옷을 입고 집을 나서기까지. 그 모든 순간마다 누군가는 당신을 믿고, 기다리고,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일이 생겨서 오늘 오후에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말했을 때, 묻지 않고 "다녀오세요"라고 답해준 직장 동료. 당신이 상담을 마치고 돌아갔을 때, "어때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봐 준 가족. 당신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 힘든 일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그냥 옆에 있어준 친구. 그들은 당신이 혼자가 아니도록 만들어준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서류를 제출하러 법원에 갈 때, 그날 일정을 조율해 준 상사가 있었다는 것을. 당신이 소송비용 걱정으로 밤잠을 설칠 때, 부모님이 조용히 통장에 돈을 넣어주셨다는 것을. 당신이 "괜찮아요"라고 말할 때마다, 그 말을 믿어주는 척하면서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런데 당시에는 그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대화는 법률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 역할은 법적 조력자일 뿐 인생 조언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겨우 유지하고 있는 단단한 표정이 무너질까 봐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 했어야 할 말이었습니다.
법률 문제를 겪을 때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문제 자체가 아니라 고립감이라는 걸, 저는 수많은 상담을 하면서 배웠습니다. "이런 일은 나한테만 일어났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을 당했다", "이런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다"는 생각. 그 생각이 사람을 가장 외롭게 만듭니다.
당신은 변호사인 저를 찾아오면서 "혼자 해결할 수 없어서 도움을 청하는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게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저는 압니다. 하지만 그 선택 덕분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법적 문제 앞에서는.
그리고 법정 밖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많은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완벽한 조언을 해준 것은 아닐 겁니다. 당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한 것도 아닐 겁니다. 그저 당신 곁에 있으려 했고, 당신이 혼자가 아니도록 자기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자리들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당신의 법적 권리를 지키는 것이 제 역할이었지만, 동시에 저는 당신이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전화하면 받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당신 편에 서서 함께 생각했던 그 시간 동안.
이 글을 읽고 계실 당신에게, 그리고 지금 어떤 어려움 앞에 서 있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당신 곁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론 서툴더라도, 당신과 함께 있으려는 사람들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