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분들의 표정을 보면, 대략 어떤 마음으로 오셨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분노로, 어떤 분은 슬픔으로, 또 어떤 분은 막막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유독 다른 감정이 역력한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부끄러움'입니다.
한 분이 기억납니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노동 문제로 상담을 오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 제 눈치를 살폈습니다. "제가 잘못한 건 아닌지", "제가 예민한 건 아닌지", "주변 사람들은 그냥 참으래요"라는 말을 반복하셨습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그분은 분명 부당한 상황에 놓여있었고, 법적인 권리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정작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더 두려워하고 계셨습니다. "괜히 문제를 크게 만드는 사람",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무서워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해드리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사건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그러나 사건이 끝난 지금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타인의 칭찬도, 타인의 비난도, 당신을 규정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평가에 자신을 맡깁니다. 직장 상사가 "잘했어"라고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누군가 "너무 예민한 것 아니야?"라고 하면 밤새 뒤척입니다. 친구들이 "멋지다"고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이상하다"고 하면 움츠러듭니다.
그렇게 타인의 말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삶의 중심은 '나'에서 '타인'으로 옮겨갑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믿는 것,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하나둘 밀려나고, 그 자리를 타인의 기대와 평가가 차지합니다.
니체는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남이 만들어놓은 가치에 지배당하지 말고, 자신이 평가한 자신의 가치를 따르라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고 똑같아져야 한다는 강제는, 결국 우리 삶을 권태롭게 만들 뿐이라고요.
변호사로 일하면서, 그리고 살면서 수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정작 그 사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사람 자신이라는 것을요.
당신이 얼마나 아팠는지, 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했는지. 그 모든 맥락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당신입니다.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단편만 보고 판단합니다. 때로는 선의로, 때로는 무심코, 때로는 자기 기준으로.
그들의 평가가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조언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을 정의하는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분은, 결국 용기를 내셨습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아가셨습니다. 사건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고, 마지막 상담에서 그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믿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분은 타인의 평가라는 무게에서 조금 자유로워지셨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단단한 중심을 세우셨습니다.
칭찬받으려고 살지 마세요. 비난받지 않으려고 움츠러들지도 마세요. 타인의 말은 참고할 수는 있지만,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당신의 삶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당신을 가장 잘 아는 당신만이 할 수 있으니까요.
그 단단한 중심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